AI 기업들의 전시회 활용 전략
AI를 보여주려 하지 말고, AI가 적용된 완제품의 퍼포먼스를 체험하게 하라. I
2016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단순히 SF 영화 속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인공지능이 이제 인간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존재로서 다가오게 된 것이다.
확실히 AI는 이제 초창기의 이론적 개념 단계를 지나 성장기로 접어든 듯하다. 빅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개발과 빠른 연산 처리를 가능하게 한 반도체의 지속적인 성장, 그리고 5G를 통한 사물과 인터넷 간의 초고속 연결 등이 AI를 영화 속이 아니라 현실에서 우리 일상을 바꾸는 수단으로 다가오게 만든 것이다.
특정 산업의 규모와 어떤 기업이 시장을 이끄는 가를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그 분야의 전시회를 찾아보는 것인데, AI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고 현 시점의 AI 리더가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방법 역시 AI와 관련된 전시회를 찾아보는 것이다. 이미 CES를 비롯한 전 세계의 IT 전시회는 AI 기술이 전면에 나서 테크놀로지 산업을 이끌고 있으며, IT뿐 아니라 모든 산업 전시회에 AI를 활용한 제품 및 서비스가 나서 관련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이렇게 전시회를 통해 AI 기업들을 만나볼 수 있어 다행이지만, 안타깝게도 기업들이 보유한 AI 기술을 어떻게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에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기술의 우월성은 이해하는 게 아니라 직감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 때 확실하게 전달될 수 있다. AI 기업이 땀 흘려 개발한 기술들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관람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AI 기업들의 전시회 활용 전략
부스 디자인 : Easy to move-in, move-out
AI가 일상 속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기술인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전시회에서 AI 기업들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부스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렇게 AI 기업들이 부스를 디자인할 때는 최우선적으로 어느 방향으로 관람객들이 들어오더라도 자유롭게 부스 내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형’ 으로 설계해야 한다. 즉 부스 안으로 되도록 많은 사람을 유입시킬 수 있는 easy to move-in, move-out 의 부스 디자인이 필요하다. 이렇게 관람객의 진출입이 쉬운 부스는 관람객의 방문을 끊임없이 유도하여 전시회 참가를 통해 회사 인지도 제고와 잠재 고객 발굴 등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기업에게 적합하다.
제품 디스플레이: AI가 아니라 AI가 적용된 완제품의 퍼포먼스를 체험하게 하라
반도체 전시회에서 가장 안타까운 기업들이 반도체 실물을 그대로 접시위에 띄워놓고 부스 벽면에 장황하게 반도체의 스펙과 장점들을 영어로 나열하고 패널을 만들어 걸어 놓은 기업들이다. 전시 관람객들은 대부분 부스 벽면의 패널 아무 관심이 없다. 그들은 오로지 이 반도체가 어떤 성능을 갖고 있는지를 바로 그 자리에서 직접 경험하기를 원한다. 전시회는 이 체험과 경험 마케팅의 현장이기 때문에 반도체가 아니라 반도체가 장착된 완제품의 퍼포먼스를 체험케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전시 방법인 것이다.
AI 기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AI 기술을 설명하느라 화려한 영상과 그래픽으로 부스를 채워넣지만, 정작 사람들은 이 AI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AI 기술을 설명하느라 화려한 영상과 그래픽으로 부스를 채워넣지만, 정작 사람들은 이 AI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AI 기술 그 자체를 자랑할 것이 아니라,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나 서비스의 퍼포먼스를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적의 전시 방법이다.
따라서 AI 기술 그 자체를 자랑할 것이 아니라,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나 서비스의 퍼포먼스를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적의 전시 방법이다. 가능하면 AI 기술을 제공했거나 함께 협력하고 있는 기업들과 함께 공동 부스를 차려 AI 기술의 적용 사례를 직접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머신러닝 기업이라면 학습된 사물이나 이미지를 통해 현장에서 실제 AI의 분석과 예측 시연을 해 보이고, 컴퓨터 비전 시스템이라면 사물의 이미지를 인식하고 이를 통해 위험 상황을 감지하는 연출을 해보이는 것도 좋다.
또한 로보틱스나 NLP(자연어 처리) 분야의 기업이라면 로봇이 실제 사람들의 언어를 인식하고 질문에 대답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어 AI 기술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체험 마케팅 방법이 필요하다.
부스내 동선 : 골방형 동선으로 배치하라.
AI는 그 자체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AI는 사람을 대신해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되어 분석-진단-예측의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기업이 전시회 부스에서 관람객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AI 기술을 보여주고 싶다면 사람들의 부스내 이동 동선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서 설명했듯 AI 그 자체가 아니라 여러 가지 제품이나 서비스에 AI기술이 적용된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면 부스를 섹션화 하여 ‘골방형’ 동선을 짜는 것이 좋다. 골방형 동선은 하나의 기술이 여러 가지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을 때 적용하는 동선 배치법으로 관람객들이 나누어진 방안에서 주제별로 자유롭게 AI 기술을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 효과적인 기법이다. 부스 중간에는 스텝들과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상담할 수 있도록 상담 테이블을 배치하여 부스에서의 체험과 상담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지난 4월에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 보안 엑스포(SECON)에서는 한 국내 기업이 AI 기술을 적용한 CCTV 제품을 선보였는데, 부스 내부를 골방형 동선으로 꾸며 관람객들이 직관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 AI기반의 CCTV를 체험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부스내 관람객의 체류시간을 증대시켜 전시회에서의 세일즈 리드를 확보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부스 상담 방법 : 트레일러식 브리핑을 활용하라
부스내 관람객의 체류시간이 늘어나면 무슨 일이 생길까? 자연스럽게 전시한 기술에 대해 부스 스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질 것이다. 보통 전시회의 바이어들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기술 제휴를 맺고 싶은 협력사, 즉 Vendor와 전시 회사의 기술을 유통하고 싶은 wholesaler, 그리고 최종적으로 전시 회사의 AI 기술을 구매하고 싶은 end user로 나눌 수 있다. 이 바이어들은 전시 회사로부터 듣고 싶은 얘기가 다 다르다. Vendor라면 기술 제휴에 따른 지분이나 수익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을 것이고, wholesaler라면 기술 유통에 따른 마진이나 유통 단가 등을 이야기 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리고 end user라면 기술 구매에 따른 기술 지원이나 사후 서비스 등에 대해서 상담하고 싶을 것이다.
이렇게 바이어별로 특징에 따라 달리 상담하는 것을 트레일러식 브리핑이라고 하는데, 마치 영화 예고편이 관객의 취향에 따라 여러 편인 것처럼 바이어의 성격에 따라 브리핑을 달리하기 때문에 트레일러식 브리핑이란 이름을 만든 것이다. 따라서 전시회 시작 전에 부스 스텝들에게 트레일러식 브리핑을 교육한다면 전시 기간 중의 상담 성과는 분명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시회는 최적의 경험 마케팅 수단이다.
미래는 분명 사람과 인공지능간의 집단 지성을 통해 진일보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 미래를 창조했고, 누가 먼저 그 미래에 도착하느냐가 AI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것이다. 고객들에게 우리 기업의 기술적 우월성을 전하고 싶다면 AI 기술을 설명하려 하지 말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시 관람객은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손끝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AI의 미래를 전시회를 통해 경험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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