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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예술 공간 마케팅의 정석,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베뉴는 공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획을 유도해야 한다.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출처: www.guggenheim-venice.it)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출처: www.guggenheim-venice.it)

좋은 책의 기준은 다양하지만 내 기준에서 한 가지 특징을 꼽으라면, 다 읽고 난 뒤에도 한동안 그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책이다. 극장에서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도 차마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그런 영화처럼 말이다.


'페기 구겐하임: 예술 중독자'도 바로 그런 책이었다. 페기 구겐하임은 미국의 부유한 광산재벌 구겐하임 가문 출신으로 20세기 유럽과 미국의 현대 미술을 수집하고 후원하며 베니스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 미술관을 설립한 미술 수집가이자 사교계 명사였다. 한 미디로 그녀는 미술계의 전설적인 컬렉터이자, 시대를 앞서간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페기 구겐하임: 예술 중독자 (2022, 을유문화사)
페기 구겐하임: 예술 중독자 (2022, 을유문화사)

특히 한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 컬렉터이자 후원가로서 그녀의 파격적인 삶과 미적 감각이 어떻게 하나의 ‘공간’으로 구현되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레 그녀의 이름을 딴 베네치아의 미술관으로 시선이 이어졌다.


예술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실용성을 확보한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은 홈페이지에 ‘Private Events’라는 명칭의 섹션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대관과 관련된 실무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페이지지만, 단순한 공간 대여 안내를 넘어서 기획자 입장에서 설계된 구조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공간별 수용 가능 인원, 실내외 구분, 추천 행사 유형 등 기본적인 스펙은 물론이고, 도면(PDF)까지 제공되며, 실제 이 공간에서 열린 리셉션, 브랜드 행사, 후원자 이벤트의 사진이 포트폴리오 형식으로 정리돼 있다. 이러한 구성은 공간의 기능적 활용 가능성을 ‘가능성의 언어’가 아닌, ‘구체적 증거’로 보여주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즉, 공간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이 공간에서 어떤 브랜드 경험이 구현될 수 있는지를 사전에 상상하게 만든다. 이는 단순히 시설을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베뉴로서의 가치를 마케팅 언어로 구조화한 결과다.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홈페이지 (출처: www.guggenheim-venice.it)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홈페이지 (출처: www.guggenheim-venice.it)

감성적 스토리텔링과 실무 정보의 정교한 균형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미술관이 예술적 감성과 공간의 격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행사 유치와 관련된 실무적 접근을 자연스럽게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곳의 마케팅 콘텐츠 전반에는 페기 구겐하임이라는 인물의 내러티브가 흐른다. 단순한 예술 후원자가 아닌, 공간 기획자로서의 그녀의 시선과 취향이 미술관의 운영 철학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고, 그것이 디지털 콘텐츠 전반에 일관되게 녹아 있다. 이러한 내러티브는 공간의 정체성을 강화하면서도, 외부 기획자와 브랜드가 이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정서적 기반이 된다.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의 Private Events 모습 (출처: www.guggenheim-venice.it)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의 Private Events 모습 (출처: www.guggenheim-venice.it)

즉, 브랜드 행사가 열린다 하더라도, 그것이 공간의 맥락을 해치지 않도록 운영 기준과 큐레이션이 치밀하게 조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구겐하임 미술관은 단순히 공간 대관이 가능한 미술관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의 설계자에게 전략적 협업 파트너로 기능하고 있는 유니크 베뉴다.


한국 유니크 베뉴 마케팅에 던지는 시사점


한국에도 건축적으로 뛰어나고 콘텐츠가 우수한 사립 미술관과 문화 공간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유니크 베뉴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구조적 미비점이 많다. 홈페이지에서 수용 인원이나 도면 같은 실무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거나, 대관 가능 여부를 전화 문의로만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실제 공간에서 어떤 행사가 열렸는지, 이 공간이 어떤 브랜드와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 중심 콘텐츠가 매우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기획자는 '공간을 좋아할 수는 있지만, 그 공간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구겐하임 미술관 홈페이지는 이러한 한계를 명확히 뛰어넘는다.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상하게 하고, 제안하게 하고, 설계하게 만든다. 웹사이트 자체가 하나의 행사 제안서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베뉴는 공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획을 유도해야 한다


공간은 더 이상 단순한 장소가 아니다. 브랜드가 이야기를 만들고, 고객과 경험을 공유하며, 감정을 각인시키는 전략적 무대다.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은 이 점을 가장 정제된 방식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예술 공간으로서의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실무자에게는 실행 가능한 정보와 사례를 제공하고, 브랜드에게는 상상할 수 있는 무대를 제시한다.


한국의 유니크 베뉴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지만, 실제로 제대로 된 마케팅을 하는 곳을 손에 꼽을 정도다. 이제는 베뉴 스스로 이 질문을 던져 볼 때이다.

"우리는 공간을 설명하고 있는가, 아니면 기획을 유도하고 있는가?"


이 질문이야말로 예술 공간의 유니크 베뉴 마케팅 전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C)VM Consul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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