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컨벤션센터가 유니크베뉴에서 배워야 할 4가지 특징
최종 수정일: 2023년 5월 31일
경험 경제 시대의 베뉴 마케팅 I
구매보다 구매 경험이 더 중요해지는 경험 경제 시대에 컨벤션센터도 행사 참가자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엔데믹 이후 마이스 참가자는 단순히 정보 습득이나 홍보가 아니라 온라인이 줄 수 없는 ‘그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곳에 발길을 향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전국 지자체마다 치열한 컨벤션센터 건립 경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경험 마케팅 차원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베뉴가 그다지 많아 보이진 않는다. 모두가 비슷한 하드웨어와 사업 구조를 가지고 경쟁하는 컨벤션센터 시장에서, 오히려 지역만의 차별적 콘텐츠와 정서를 가지고 경쟁하는 유니크베뉴의 성공사례를 학습하는 것이 다가오는 경험 경제 시대의 컨벤션센터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컨벤션센터가 유니크베뉴에서 배워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컨벤션센터가 유니크베뉴에서 배워야 할 4가지
1. 창의적 공간 디자인을 하라: 제주 9.81파크의 스페이스 제로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과 같은 유니크베뉴는 본질적으로 마이스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컨벤션센터처럼 정형화된 회의실이나 전시장이 없다. 전문 행사 주최자에게는 이런 시설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행사 참가자들은 그 지역과 어우러지는 공간에서의 독특한 경험이 행사 참가 만족도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
제주 애월에 있는 9.81파크는 해외 행사 주최자들에게 제주 테마파크의 미래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무중력 자동차 레이싱 테마파크이다. 이곳에는 원래 여타 컨벤션센터 회의실처럼 전형적인 회의 테이블과 의자 등이 마련된 회의실이 있었다. 그런데 이곳은 고도가 높은 중간산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서 멀리 제주 바다가 회의실에서 펼쳐져 보이는 그림 같은 곳이다. 이러한 자연 풍광과 9.81파크의 역동적 이미지에 어울리는 창의적 기업 워크샵 행사 등이 많아지자 베뉴의 행사 유치 담당자가 아예 회의실을 편안히 휴식하며 진행할 수 있도록 창의적 공간으로 바꾸었다. 당초 이런 곳에서 어떻게 회의하냐는 우려가 있기도 했지만, 지금 9.81파크 4층의 ‘스페이스 제로’ 회의실은 기업 중역부터 신입사원들까지 창조적 워크샵을 원하는 행사들로 예약이 줄을 잇고 있다.
컨벤션센터의 회의실도 보다 창의적 디자인으로 바꾸면 어떨까. 컨벤션센터의 이름만 떼면 어느 센터의 회의실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디자인 패턴을 벗어나 지역 정서와 건축적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 회의실로 새롭게 디자인한다면 컨벤션센터도 충분히 창의적 공간으로 행사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다.
2. 참여형 콘텐츠를 개발하라: 김해 클레이아크 미술관 요가 체험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유니크베뉴로 사용되는 것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이나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뮤지엄은 모두 비즈니스 이벤트를 주요한 수익 모델로 간주하고 다양한 유치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은 에어비앤비와 손잡고 모나리자 그림 밑에서 하룻밤을 자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이렇게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본래의 전시 기능과 더불어 고유의 전시콘텐츠를 기반으로 마이스 행사 참가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온라인이 줄 수 없는 오프라인만의 차별적 경험 마케팅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경남 김해의 클레이아크 미술관은 세계 최초 도자 전문 미술관으로 코리아유니크베뉴에 선정된 곳이다. 이곳은 미술관의 독특한 건축적 디자인과 전시 콘텐츠를 활용하여 마이스 참가자들에게 미술관 속 요가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오랜 시간 앉아서 회의에 참가하다 보면 피곤하기 마련인데, 베뉴가 행사 참가자들을 위해 미술관에서 요가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예술적 힐링 경험을 가지고 돌아간다. 이 경험은 결국 다시 입소문을 통해 퍼지고 행사 유치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여 지속가능한 베뉴 마케팅의 원천이 된다. 이처럼 컨벤션센터도 단순히 회의나 전시만 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과 베뉴 고유 콘텐츠를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분명 다른 센터와는 차별적 마케팅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3. 지역 콘텐츠와 협력하라: 제주 SK핀크스의 ‘P-LEISURE’ 프로그램
아시아 최고의 골프장을 보유한 SK핀크스 리조트는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포도 호텔로도 유명한 곳이다. 제주 자연을 품은 호텔과 아시아 최고의 골프 코스는 럭셔리 브랜드의 쇼케이스 행사장이나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의 미팅 공간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SK핀크스는 제주 서귀포 한라산 중턱에 자리 잡아 사실상 리조트 안에서만 머물게 되는 단점이 있다. 행사 참가자들은 보통 2일 이상 체류하는 경우가 많아서 SK핀크스 입장에서도 단지 리조트뿐 아니라 제주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케 하는 것이 중요했다. SK핀크스는 럭셔리 리조트답게 제주 최고의 기관/단체와 협업하여 ‘P-LEISURE’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P는 Premium, Private, Pleasure를 뜻하며 소수의 VIP들을 대상으로 한다. 럭셔리 요트, 노블 승마, 아트투어 등 8개의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는 제주 유니크베뉴인 ‘환상숲 곶자왈’ 프라이빗 숲 투어도 포함되어 있다. SK핀크스의 행사 참가자들은 엄선된 P-LEISURE 프로그램을 통해 프라이빗한 제주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컨벤션센터도 이와 같은 지역 협업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다. 특히 특정 산업 전시회나 컨벤션과 연계된 지역 팩토리 투어나 유니크 베뉴와 협업하여 마이스 행사의 협업을 통한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다. 아무리 1년에 몇백만 명이 방문하더라도 단지 몇 시간 전시회를 방문하고 돌아간다면 컨벤션센터나 도시 입장에서 원하는 경제효과를 거둘 수는 없다. 지역과 협력하여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마이스 도시가 원하는 경제 문화적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4. 첨단 기술 인프라: 오사카 유니버설스튜디오의 디지털 혁신
유니버설스튜디오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 콘텐츠를 소재로 만들어진 테마파크이지만, 여전히 30여 년 전 만들어진 조스를 가지고 사람들을 끌어모은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일본 오사카에 있는 유니버설스튜디오 역시 2001년 개장 당시에는 조스나 쥬라기월드 같은 80~90년대 미국 영화 콘텐츠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일본 닌텐도의 슈퍼마리오, 도라에몽 등 콘텐츠와 결합하여 연간 방문객 수가 1,500만 명에 달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비록 과거의 콘텐츠라 하더라도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여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해리포터 콘텐츠와 4D 라이드가 결합한 ‘Harry Porter Forbidden Journey’는 방문객이 라이드를 타며 호그와트 성 안팎을 하늘을 날며 탐험한다. 마치 해리포터가 나와 함께 여행하듯 즐기는 체험 콘텐츠는 비록 오래된 콘텐츠라도 여전히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움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역시 30년도 넘은 콘텐츠이지만 3D 테크놀로지와 결합하여 마치 가상의 동화 속을 유영하는 듯한 체험을 느끼게 한다.
컨벤센센터가 확장함에 따라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전시회가 10만 sqm을 넘어가면 하루 이틀에 다 관람하기는 힘들다. 특히나 바이어나 기자들일수록 광활한 전시장을 방황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전시장이 넓어질수록 개개인을 위한 1:1 맞춤형 AI 기술이나 전시 공간을 유영하듯 관람하는 Ride 기술 역시 필요해질 것이다.
이제 컨벤션센터는 규모의 경쟁보다 창의적 공간 디자인과 참여형 콘텐츠의 개발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경험 경제 시대의 베뉴 마케팅
유니크함이 주목받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다. 이제 컨벤션센터는 규모의 경쟁보다 창의적 공간 디자인과 참여형 콘텐츠의 개발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의 공간을 찾는 이유가, 정보 습득보다는 참여자들 간의 네트워크와 로컬 문화 체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란 것을 안다면 지역의 랜드마크로서의 컨벤션센터는 이러한 추세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더구나 문화와 산업이 서로 융합하며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시대에 컨벤션센터는 한 발 앞서 미래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나아가야 한다. 결국 마이스는 목적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영감을 얻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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