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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마이스 산업

최종 수정일: 2021년 12월 19일

이미 입증된 생각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다.




세계는 지금 코로나 이후의 경제회복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비록 코로나가 여전히 그 위세를 떨치고 있지만 완전한 회복을 기다리기엔 이제 모두가 한계점에 다다른 상황이다. 역사상 유례없는 팬데믹이 세계 곳곳에 생채기를 남겼어도 그 상처를 딛고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제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산업이 어디일까? 아마도 오프라인에서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해야 하는 관광과 마이스 산업일 것이다. 특히 마이스는 비즈니스를 위한 전시회나 컨벤션을 개최하는 분야로 CES, 하노버 메세 등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 연기되거나 또는 온라인 회의로 대체되어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의 경제 회복을 준비하는 지금 마이스 산업 역시 재도약을 위한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있다. 비록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는 돌아갈 수 없겠지만 마이스 산업은 코로나 이후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며 한층 진화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마이스 산업은 어떻게 달라질까?


1. 도시와 마이스가 만나다.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사람들 간 이동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국가 간 이동이 어려워지자 항공, 여행, 호텔 산업이 위기를 겪었고, 마이스 행사인 국제회의나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 역시 요원한 일이 되었다. 이렇게 국제 비즈니스 활동이 힘들어지자 사람들은 로컬 비즈니스 위주의 근거리 경제활동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곳을 중심으로 한 로컬 경제와의 결합이 마이스 산업의 화두가 된 것이다.

지난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 모터쇼는 뮌헨이란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전시장이었다. 세계 최대 모터쇼 중의 하나인 뮌헨 모터쇼는 원래 전시장(메세 뮌헨)에서 열리던 행사이다. 그런데 올해는 전시장뿐 아니라 뮌헨 시청 앞 광장을 포함한 6개의 뮌헨시 명소에 자동차 회사들이 부스 및 모빌리티 체험관을 설치했다. 전형적인 마이스 공간을 벗어나 도심에서 직접 모빌리티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관람객들의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국내 마이스 행사에도 이어지고 있다. 11월 25일부터 12월 5일까지 킨텍스에서 열리는 서울 모빌리티쇼(舊 서울 모터쇼)는 서울 장안평자동차산업종합정보센터(JAC)와 행사를 공동 개최하기로 했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서울 동부 지역 관람객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서울 자동차 산업의 거점인 장안평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9월에는 늘 코엑스에서 열리던 서울국제도서전이 행사 장소를 바꿔 성수동의 복합 문화공간 ‘에스팩토리’에서 개최되었다. 작가와 출판사, 시민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성수동으로 장소를 옮긴 것이다.

이렇듯 코로나 이후의 마이스는 관람객들이 행사장에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행사 주최자와 참가 기업이 관람객을 찾아가는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밀집된 실내 행사장을 벗어나 도시의 오픈 스페이스를 활용한 이러한 마이스는 보다 안전하면서도 로컬 도시 인프라와 결합한 체험을 원하는 흐름과 맞물려 더욱 늘어날 것이다.


2. AI와 마이스가 만나다.


코로나 이후 메타버스나 VR, 영상 회의 등의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행사가 많아지자 기업들은 온라인 행사가 오프라인만큼의 성과가 없다며 그 효용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고, 또는 굳이 비싼 돈과 시간들이지 않고 사무실에서 행사에 참가할 수 있다며 좋아하기도 했다. 그 호불호야 어떻든 코로나 이후의 마이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융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로 전환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온라인 행사가 오프라인이 줄 수 없는 그 무엇을 제공했기 때문에, 오프라인 행사는 온라인의 장점을 접목한 ‘증강 마이스(Augmented MICE)’가 될 것이다. 마이스 참가자 제공하는 데이터와 AI가 만나 개인별 맞춤화된 정보가 새로운 마이스 경험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올 1월 개최된 CES는 100% 디지털로 개최되었다. Digital Venue라는 콘셉트로 기획된 CES 2021의 가장 큰 특징은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시스템을 도입하여 방문자의 등록 정보를 분석하여 개인별로 참여할만한 세션과 기업 정보를 추천해주었다는 점이다. 마치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개인별 맞춤 영화나 책을 추천하는 로직과 동일하다. 마이스 참가자는 바이어이건 참가기업이건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행사에 참가한다. 또한 매년 같은 행사에 참가하기 때문에 머신러닝을 통한 관람객의 데이터 패턴을 분석하기에 매우 유리하다. 마이스는 AI를 통해 향후 세션 정보뿐 아니라 연사 추천, 방문 부스 추천 시스템 등으로 응용, 확대할 수 있다. AI와 결합된 마이스는 행사 참가기업의 마케팅까지 1:1 고객 맞춤형으로 바꾸게 될 것이다.

필립 코틀러는 ‘마켓 5.0’에서 “앞으로의 10년은 AI 기술에 힘입어 개인화된 1:1 마케팅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역시 고객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양질의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의 발전, 그리고 메모리칩과 디바이스의 하드웨어적 발전이 결합된 결과이다. 이렇듯 거대한 데이터 마케팅의 흐름은 마이스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미 입증된 생각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다.


앞서 보았듯이 코로나 이후의 마이스 산업은 도시와의 만남, 그리고 AI와의 만남으로 더욱 빠르게 진화할 것이다. 결국 개인별 맞춤화된 추천 시스템을 통해 마이스 콘텐츠를 도시 경제와 결합하여 제공하는 마이스는 더욱 우월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마이스는 가속화되는 데이터 경제의 시대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혹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이 대세가 될 트렌드라고 얘기하겠지만 이미 온오프라인의 융합은 확정된 사실이고 이것을 미래 트렌드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낡아버린 생각이 되고 말았다. ‘2030 축의 전환’의 저자인 마우로 기옌은 “이미 입증된 생각은 사실상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다.”라고 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 시대에 새로운 관점들을 늘 받아들이는 자세야 말로 코로나 이후의 미래를 대비하는 CEO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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