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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당신의 행사가 기억되지 않는 이유

  • 작성자 사진: 형주 이
    형주 이
  • 1월 5일
  • 5분 분량

그곳에 가야 할 이유를 제시하라


행사를 기획하는 사람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 모든 행사가 끝나고 돌아가는 사람들에게서 “행사 너무 멋졌어요”라거나 “잊지 못할 경험이었어요”라는 반응을 들을 때다. 반면에 가장 우울한 순간은 “그저 그랬어요” 라거나 “그냥 무난했어요”라는 뜨뜻미지근한 평가를 받을 때일 것이다. 왜 어떤 행사는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고, 어떤 행사는 기억되지 않는 것일까?


1) 당신의 행사가 기억되지 않는 이유


행사 참가자들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끝날 때까지 참가 여정에 따른 정서의 변화를 보여준다.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참가 전에 설렘과 기대(Anticipation)로 가득 찬다. 즉 행사의 홍보영상이나 SNS에 올라온 이미지를 본 순간부터 이미 참가자들은 현장에 와 있는 듯 상상 속에서 기대감에 들떠 있다. 그 기대감은 티켓 등록을 마친 순간 극대화된다. 그 기대감이 실제 행사 현장에서 구현되었을 때, 이것은 순식간에 즐거움(Joy)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이 즐거움은 행사가 모두 종료된 후 각자의 삶에 새로운 동기나 목표를 불러온다. 즉 모두가 자기만의 새로운 영감(Insight)을 얻고 돌아가는 것이다. 결국 콘서트이건 전시회이건 포럼이건 상관없이 모든 행사는 이 3단계-기대, 즐거움, 영감-의 정서적 여정을 만족시키는 과정이다.


따라서 행사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은 이 정서적 여정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는 것일 뿐이며, 이는 행사의 목적과 그에 부합하는 공간 및 콘텐츠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을 때 나타나게 된다.


2) 공간은 배경이 아니라 공동 연출자다


행사의 성공을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크게 보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즉 행사 공간과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즉 공간과 콘텐츠가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면 행사 참가자들은 그 공간 속에 몰입하며 콘텐츠에 빠져든다. 그중에서도 행사 공간, 특히 오프라인의 공간은 행사 참가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대두되는데,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가능한 이 시대에 사람들은 더 이상 ‘그곳에 가야 할 이유’가 없으면 굳이 발걸음을 옮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사 기획자는 행사가 열리는 공간, 또는 지역을 행사의 목적에 맞게 연결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연결의 실패로 의도했던 행사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사례가 너무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2016년에 킨텍스에 열렸던 세계 로터리 대회였다.


행사 공간(지역)과 행사 목적이 연결되지 못한 사례 : 2016 세계 로터리 대회


현재까지도 기록이 깨지지 않은 한국에서 가장 큰 외국인 참가자를 기록한 국제 행사는 2016년 킨텍스에서 열렸던 세계 로터리 대회였다. 총참가자 5만 6천 명 중 외국인 참가자만 2만 5천명에 달했던 국내 최대의 국제 행사였다. 그런데 이 행사는 킨텍스에서 약 일주일간 큰 문제 없이 끝났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행사였다.


로터리 대회 참가자는 기본적으로 자산이 10억 이상되는 자본가들이다. 이 자본가들이 5만 6천 명이 모인다고 상상해보라. 킨텍스와 고양시는 이 부자들의 행사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한 것이었고 그런 이유로 파격적 혜택을 제공하고 행사를 유치했다. 그러나 로터리 대회 참가자들은 행사만 킨텍스에서 했을 뿐 대부분 서울이나 경기 남부 지역에 나가 대부분의 시간을 쓰며 소비했다. 고양시에는 이 자본가들이 돈을 쓸만한 제대로 된 관광지나 산업단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3) 우리 행사의 목적에 맞는 공간 찾기


행사 기획자는 행사 공간을 탐색하기에 앞서 공간이 행사 목적을 제대로 구현하는가를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특히 전형적 행사 공간(컨벤션센터, 호텔 등)이 아닌 비전형적 행사 공간(박물관, 미술관, 야외 정원 등의 유니크 베뉴)을 활용하는 경우 그 공간의 정서와 행사의 목적이 일치하는가를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행사 목적이 참가자에게 단순히 정보전달이 아니라 참가자 간에 소통과 교류가 중요하다면 행사 전후로 현장에서 어울릴 수 있는 체험 콘텐츠나 네트워킹 공간 구성이 가능한지가 중요하다. 그 지역에 투자나 자본 유치가 목적인 비즈니스 이벤트라면 지역의 비즈니스 투어를 통한 체류시간 증대와 산업 현장 방문이 가능한지를 파악해야 한다. 또 그 기획전시가 중요한 이벤트라면 이 공간이 전시의 콘셉트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소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4) 공간의 힘을 활용한 행사 기획법


위에서 설명한 기준은 쉽게 말해 공간의 힘을 활용한 행사의 목적 달성 방법이다. 그 목적에 따른 실제 성공사례를 하나씩 살펴보자.


두 개의 공간을 연결하여 소통에 성공한 사례: 제주 회계사 대회


제주 공항에서 1시간 정도 표선 해수욕장을 향해 달리면 제주를 대표하는 유니크 베뉴 2곳이 나오는데, 해비치 리조트와 제주 민속촌이 바로 그곳이다. 이 두 공간은 제주의 가장 현대적인 공간과 전통적 공간이 걸어서 1분 거리내에 위치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두 공간은 기업행사 등의 이벤트를 유치할 때도 서로 연결성을 강조하여 성공적으로 행사를 지원한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제주 회계사 대회이다.


제주 회계사 대회는 한국을 대표하는 회계 법인이 일 년에 한 번씩 회계사들을 초청하여 세미나와 네트워킹을 목적으로 하는 행사다. 약 500명 정도가 모이는 이 행사는 참가자 간의 소통을 중시하기 때문에 전형적 컨벤션 시설보다는 지역만의 독특한 공간을 원했고, 이 목적을 해비치 리조트와 제주 민속촌이 성공적으로 구현해 냈었다.


즉 낮에 열리는 세미나는 표선 앞 바다를 향해 통유리창이 배치된 해비치리조트 내 그랜드 볼룸에서 개최한다. 그리고 저녁 만찬은 리조트에서 바로 1분 거리에 있는 제주 민속촌 야외 정원을 활용한다. 제주의 해가 내리는 석양이 이 야외 정원을 감싸면 순식간에 참가자들은 이 아름다운 풍광과 바람에 실려 오는 향긋한 공기에 취해 자연스럽게 서로의 소통과 친목이 일어난다. 즉 두 개의 공간은 낮과 밤 시간대의 장점을 극대화한 공간 구조의 연결을 통해 행사의 목적을 극대화하여 성공시킨 것이다.


이 사례는 제주관광공사에서도 성공사례로 홍보할 만큼 제주만의 독특한 로컬 감성을 비즈니스 이벤트와 연결한 예이다. 행사 기획자는 이처럼 행사 공간의 구조, 시간대별 특징, 참가자의 목적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공간이 가진 장점을 행사에 녹여낼 수 있다.


<제주 해비치 리조트와 민속촌을 결합한 행사 개최 (출처: VM Consulting)>

산업 전시회와 지역 비즈니스 투어를 결합한 바이어 행사: 패패부산


부산은 과거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신발 브랜드의 생산 기지 역할을 해왔다. 이런 산업 기반하에 30년 전에 시작한 국내 최초의 신발 전시회가 바로 ‘패패부산’이다. 패패부산은 매년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다가 2023년 처음으로 벡스코와 인근 미술관 및 지역 생산 공장을 비즈니스 투어로 연결하여 글로벌 신발 브랜드의 국내 투자 유치를 성공시켰다.


즉 산업 전시회는 벡스코에서 하되, 5분 거리 내 뮤지엄원 미술관에서는 바이어 네트워킹 파티를 열고, 부산의 신발 융합 허브센터와 기업 공장을 방문하는 인더스트리 투어 및 부산 영도 거리에서의 스트리트 패션쇼 등을 결합하여 부산 지역 전체를 산업 전시의 장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 결과 해외 바이어의 부산 체류시간 증대는 물론 지역 신발 기업과의 협업 및 투자 사례가 증가하여 성공적으로 행사를 개최하였다.


이 사례는 2024년 국제전시연합(UFI)의 Best Practice에 선정되기도 하였는데, 이는 비즈니스 이벤트와 지역을 연결한 성공사례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즉 행사 기획자는 행사의 목적이 투자와 지역 산업 활성화일 경우 전시장을 벗어나 지역 산업의 연계를 고려해야 한다.


상품과 전시 공간의 결합: 한국가구박물관의 명품 브랜드 전시회


서울 성북동 대사관 길에 있는 한국가구박물관은 외국 대사관의 외교장으로 선호될 만큼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한옥 전시관이다. 이곳은 특히 명품 브랜드들의 제품 쇼케이스 장으로도 주목받는데 이는 한국 가구의 오브제와 명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결합한 독특한 전시 스타일 때문이다. 특히 전시회의 기획을 브랜드와 박물관이 협업하여 공간이 가진 정서와 브랜드의 콘셉트를 결합하여 강력한 시너지를 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구찌나 루이뷔통 제품들은 가구박물관의 오브제와 결합하여 그 브랜드의 정체성을 극대화한다. 즉 공간이 가진 힘과 제품 스토리가 결합하여 방문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브랜드 입장에서 최고의 행사 공간으로 각인되는 것이다.


5) 그곳에 가야 할 이유를 제시하라


결국 성공적인 행사 기획의 핵심은 참가자들에게 '그곳에 가야 할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정보와 경험이 온라인으로 가능해진 지금, 사람들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특정 장소로 이동할 만한 가치를 찾는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세미나라면 온라인 웨비나로 충분하고, 제품을 보여주는 전시라면 웹사이트로도 대체할 수 있다.


따라서 행사 기획자는 공간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경험, 그 장소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 그리고 그곳에서만 가능한 인적 네트워크를 설계해야 한다. 제주 회계사 대회에서 석양이 지는 민속촌 정원의 분위기, 패패부산에서 직접 발로 뛰며 확인하는 지역 산업의 현장감, 한국가구박물관에서 한옥과 명품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충격, 이 모든 것은 온라인으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는 '현장성'의 힘이다.


당신의 행사가 기억되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한 번쯤 스스로에게, 그리고 팀에게 이렇게 질문해보라.

"왜 이곳이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분명할수록, 행사는 단순한 일정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으로 완성된다. 실제 기획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라.


● 이 공간은 우리 행사의 목적을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는가?

● 참가자는 이 공간 안에서 머물고, 이동하고, 대화하도록 설계되어 있는가?

● 이 장소가 아니면 결코 만들 수 없는 장면이나 순간이 존재하는가?

● 행사가 끝난 뒤, 참가자의 기억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를 장면은 무엇인가?

● 이 공간은 행사를 '정보'가 아닌 '영감'으로 마무리할 힘을 갖고 있는가?


이 질문들에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답할 수 있을 때, 당신의 행사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참가자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는 경험이 된다.


공간은 더 이상 행사를 담는 그릇이 아니다. 행사의 목적을 실현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그리고 그 도구를 제대로 활용할 때, 행사의 여정은 비로소 '영감'으로 완성된다.


(C)VM Consul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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