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컨벤션센터의 상품성을 높이는 3가지 방법
팔지 않고 사게 만드는 베뉴 마케팅 I

더 스마트한 컨벤션센터가 필요한 이유
컨벤션센터의 개발 및 확장이 지자체마다 뜨겁다. 컨벤션센터의 확대는 향후 관련 산업의 성장을 예측하는 가늠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급 확대에 따른 과잉 경쟁과 차별화되지 않는 콘텐츠로 가격 덤핑의 폐해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더구나 디지털 트윈이나 줌 같은 온라인 미팅 테크놀로지는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게 만들어주었다. 코로나 이후 다시 오프라인으로 행사가 돌아왔지만, 행사 참가자의 안목은 더 높아져 굳이 그곳에 가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으면 온라인 회의로 대체하는 하이브리드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컨벤션센터의 상품성을 높이는 3가지 방법
따라서 컨벤션센터는 이제 단순히 하드웨어의 품질로만 세일즈 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그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경험 경제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사실상 컨벤션센터나 심지어 유니크 베뉴 조차도 상호간판을 떼버리면 그곳이 어디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운 시대다. 상향 평준화된 하드웨어로는 높아진 방문자의 안목을 따라가기에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아래 3가지는 단순히 장소만 대관하는 사업에서 고객의 기대를 충족하는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컨벤션센터의 비즈니스를 전환하는 방법이다.
1. 공간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라
컨벤션센터는 MICE 공간 중 가장 전형적인 시설로서 지극히 한정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특히 전시와 컨벤션이라는 베뉴마다 유사한 사업구조로 인해 1층은 전시장, 2-3층은 회의실 같은 비 차별적인 공간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컨벤션센터야말로 단순 임대 위주의 세일즈에서 벗어난 공간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즉 공간과 함께 부가적 상품을 패키지로 판매하는 '번들 패키지 상품' 기획이 동반되어야 한다.
1) 공간+디지털 콘텐츠 패키지
디지털 시대의 전시 컨벤션은 단순히 현장에서의 만남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MICE를 기획할 때 방문자가 느끼는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 즉 사람들은 만나기 전, 만나는 동안, 그리고 만남 이후의 여정을 '기대-즐거움-기억'이란 감정으로 채운다. 컨벤션센터는 이러한 감정을 온라인으로 서로 공유하고 확산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과 편집 등의 서비스로 부가가치를 확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시회 참가기업을 위한 브랜딩 영상 제작이나 콘퍼런스 발표자 인터뷰 및 하이라이트 영상 편집 서비스, 라이브 스트리밍을 포함한 MICE 패키지 상품 등의 디지털 콘텐츠 패키지를 기획하는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는 행사의 콘텐츠를 인스타그램, 유튜브, 링크드인 등의 채널로 공유, 확산하여 MICE 참가자의 경험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2) 공간+유니크 베뉴 패키지
최근 APEC 국제회의 유치에 성공한 경주는 단순히 컨벤션센터만으로 유치 제안을 한 것이 아니었다. 경주는 화백 컨벤션센터를 주 행사장으로 사용하되, 보문단지 곳곳에 존재한 유니크 베뉴, 즉 황룡사 9층 목탑이나 경주엑스포대공원, 월정교 등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유니크베뉴와 연합하여 대도시와의 유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 즉 기조연설이나 전시회 등 공식 행사는 컨벤션센터를 사용하되 저녁 만찬, 축하 사절단 공연, VIP 사교 행사 등은 지역 고유의 정취를 체험할 수 있는 미술관, 박물관, 야외 정원 등의 유니크 베뉴를 활용한다.
이러한 유니크베뉴 패키지는 전통과 현대, 낮과 밤 등 도시의 시공간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영리한 베뉴 마케팅 전략이다. 얼마 전 개최된 CES조차도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의 시공간을 활용한 도시 콘텐츠와 융합된 미래 전시회의 모습을 제시하였다. MICE는 컨벤션센터가 아니라 도시 마케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3) 공간+로컬 MICE 체험 패키지
도시가 MICE로 돈을 벌려면 단순히 행사 참가자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참가자들의 도시 체류시간이 늘어나야 소비지출이 늘어난다. 최근 새롭게 개장하는 백화점, 할인마트 등에 미술관, 공연장, 서점 등의 문화시설이 존재하는 이유도 결국 사람들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함이다.
도시가 MICE 참가자들의 체류시간을 늘리려면 그 도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콘테츠가 많아야 한다. 한국 전시회에 오는 바이어들이 자기 돈을 내고 오지 않는 이유는 십수 년째 반복되는 단조로운 바이어 상담 일정 때문이다. 바이어는 전시회 부스에서 3시간 상담한다고 계약하지 않는다. 기업의 공장을 방문하고, 도시산업단지를 투어 하며 지역 담당 공무원들과의 정책 의견 교환 등 입체적인 비즈니스 투어가 이루어져야 투자 및 계약의 확신을 갖게 된다. 독일의 지역 컨벤션뷰로는 심지어 지역의 유망기업 CEO를 포럼의 연사로 섭외해 주는 서비스까지 한다.
MICE 참가자를 위한 로컬 콘텐츠는 전통적인 지역 관광 이외에도 상상력을 발휘하여 기획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수산업단지는 산업단지의 야간 조명만으로도 장관을 이룬다. 여수산단의 야간 비즈니스 투어를 지역 특화 전시회나 국제회의와 연계하여 바이어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투자 및 지사 설치 등으로 유인하여 궁극적인 정주 인구 확대까지 고려해야 한다.

컨벤션센터가 이러한 로컬 체험 패키지를 기획하려면 기존의 전형적인 대관, 주관전시회 위주 조직 구성에서 벗어나 바이어 모집과 비즈니스 투어를 기획할 수 있는 인력 및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도시 관광과 컨벤션 센터가 분리된 구조에서는 늘 컨벤션센터는 행사 유치 건수나 참관객 유치 건수라는 단순한 KPI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바이어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 그것이 새로운 컨벤션 센터가 지향해야 할 목표인 것이다.
2. 쓰임새를 제시하라
베뉴 마케팅에 있어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간의 활용도와 쓰임새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기존 행사 주최자들이 어떻게 공간에서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였는지를 케이스 스터디화하는 것은 베뉴 마케팅의 마지막 프로세스로서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식당에서 메뉴판을 펼쳐놓듯 원하는 공간을 선택하라는 것은 지극히 불친절한 마케팅 방법이다. 진정환 환대란 고객에게 앉을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라는 말도 있듯이, 진정한 베뉴 마케팅은 고객의 행사의도를 이해하고 행사에 맞게 컨벤션센터의 공간들을 추천해 주는 것이다.
행사 참가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부터의 동선을, 차량을 이용한다면 주차장으로부터의 동선부터 시작한 대관장소 추천이 필요하다. 또한 행사 규모나 계절에 맞는 개막식, 만찬, 연회 등의 공간을 추천해 준다면 고객들은 기대 이상의 서비스로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존 행사 개최 사례를 성공사례로 아카이빙하여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 온라인 채널에 노출, 확산하는 것은 베뉴가 굳이 세일즈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영국 더블린 컨벤션센터는 늘 베스트 마케팅 베뉴로서 인정받는데, 그 핵심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지속적인 성공 사례 노출이다. 고객의 행사를 이해하고 장소를 맞춤형으로 추천하는 것은 이제 베뉴 마케팅 담당자의 필수 역량이 되어야 한다.

3. 수익 모델을 혁신하라
대관이나 주관 전시회 사업 등 컨벤션 센터의 단조로운 사업 모델로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더구나 박물관, 미술관 등 유니크 베뉴가 MICE 사업에 공격적으로 참여함에 따라 기존의 컨벤션센터 간의 경쟁이 아닌 오프라인 공간 그 자체로서의 생존의 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컨벤션센터는 단순히 대관이나 전시 개최 사업을 넘어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를 통해 상품성을 강화해야 한다. 실례로 독일의 도이치 메세는 인더스트리 4.0 관련 전시회의 메카로서 하노버 메세 전시회를 비롯해 다양한 기계, 금속 분야의 스마트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러한 전시회 경험을 바탕으로 도이치 메세는 Technology Academy라는 교육 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개발하였다. 즉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 체험, 소통의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여 전시회의 지식 노하우를 IP로 활용하는 지식 서비스 사업을 기획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컨벤션 센터가 행사 개최 장소가 아니라 미래 산업을 경험하고 해외로 지식 콘텐츠를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다.

또한 MICE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컨벤션센터가 개발하여 전시 주최자 등 행사 기획자의 1:1 고객 맞춤형 콘텐츠 제공 기술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CES는 참가자의 관심 품목과 참가기업의 제품을 AI가 매칭하여 참가자에게 1:1로 방문할 부스, 세미나, 바이어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전시 주최자는 직접 이러한 AI 솔루션을 개발하기에 비용이나 인력 측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베뉴가 이를 직접 개발하고 기술 임대, 서비스 자문 등의 수익 모델을 개발한다면 베뉴와 고객 모두에게 윈윈 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

Push에서 Pull Marketing으로 : 팔지 않고 사게 하라.
위에서 제시한 3가지 모델은 컨벤션 센터가 단순히 공간 임대에서 그치지 않고 고객의 수요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추가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고객들은 더 이상 광고에 현혹되어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광고란 것은 기업이 억지로 제품을 사달라고 고객에게 떠미는 것이기 때문에 Push Marketing에 속한다. 그러나 초연결시대의 고객들은 대부분 제품에 관심이 있으면 직접 온라인에서 구매 후기를 찾아보거나 별점을 확인하는 등 적극적인 검색을 한 이후 확신이 들어야 구매단계로 넘어간다.
따라서 이제는 억지로 밀어내는 마케팅이 아니라 고객이 저절로 오도록 당기는 Pull Marketing의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공간과 번들상품을 패키지로 묶는 것이나 공간의 쓰임새를 제시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수익 모델로 기존 컨벤션센터 비즈니스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은 모두 고객이 컨벤션센터를 단순 대관뿐 아니라 다양한 가치를 만들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해 준다. 이제 컨벤션센터는 단순한 장소적 하드웨어에서 새로운 영감을 주는 창조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결국 고객에게 베뉴를 팔지 않고 사게 만드는 것, 이것이 컨벤션센터의 상품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이다.
(C)VM Consul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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