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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부동산 침체기, 작고 유연한 공간들이 살아남는 이유

최종 수정일: 20시간 전

도시의 다음 장면은 작고 느린 공간에서 시작될 것이다.

2025년 현재,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구조적 전환기에 놓여 있다. 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계속해서 상승 중이고, 중소형 점포 역시 줄줄이 비어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중대형 상가의 평균 공실률은 13.2%, 소규모 상가는 7.3%에 달한다. 특히 세종시는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이 25.2%에 이르렀다. 이는 4곳 중 1곳이 비어 있다는 의미다.


오피스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예외적이다. 서울 도심과 강남권 프라임 오피스 공실률은 5.2%로 낮고, 임대료도 소폭 상승했지만 이는 일부 기업 수요가 집중된 구간일 뿐, 전반적인 상업용 공간 생태계는 위축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 비교 (출처: 한국부동산원)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 비교 (출처: 한국부동산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오히려 존재감을 키우는 공간들이 있다. 작고 유연한 소규모 공간들이다. 이들은 크기나 스펙보다 운영방식과 콘텐츠, 경험 중심의 가치 설계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든다. 변화에 강하고, 감정을 다루며, 지역성과 지속가능성을 품은 이 공간들은 도시 속에서 다시 찾고 싶은 장소로 살아남는다.


이처럼 부동산 침체기에도 작고 유연한 공간들이 살아남는 특징은 무엇일까?


1. 작은 공간은 빠르게 바꿀 수 있다


작은 공간은 변화에 강하다. 그 핵심은 유연성이다. 대형 상가는 구조나 인테리어, 계약 조건상 목적을 전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반면 소형 공간은 계절, 테마, 협업 브랜드에 따라 빠르게 콘셉트를 바꿀 수 있다. 적은 자원으로도 공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이 불확실한 시대에 특히 강한 생존 전략이 된다.


여수의 ‘모이핀(Moifin)’은 하나의 공간을 다양한 목적에 맞게 유연하게 전환한 대표적인 사례다. 탁 트인 바다 전망을 품은 오션뷰 카페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몰입형 미디어 전시관 ‘핀 포레스트(Pin Forest)’를 새롭게 열며 문화 복합공간으로 확장되었다. 이 전시관은 핀란드 자작나무 숲을 테마로, 자연과 디지털이 어우러지는 콘텐츠를 선보이며, 단순한 휴식에서 감각적 체험으로 공간의 성격을 바꿨다.


이 곳은 계절과 기획에 따라 전시, 행사, 카페, 브랜드 협업 등으로 변주되며 운영된다. 특히, 창문 없이 설계된 전시층은 외부 전망 대신 내면의 몰입에 집중하도록 구성돼, 전혀 다른 공간적 감각을 제공한다. 모이핀은 같은 구조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시도하며, 정적인 건축을 유연한 경험 플랫폼으로 전환한 공간 활용의 좋은 예다.

여수 모이핀 전시공간 (출처: 데일리큐)
여수 모이핀 전시공간 (출처: 데일리큐)

2. 사람들은 더 이상 크고 화려한 장소만 찾지 않는다


공간 소비의 기준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크기와 브랜드, 접근성 같은 물리적 조건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감정과 경험, 취향이 공간 선택의 핵심이 됐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위기, 쉬고 싶은 감각,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는 곳을 찾는다.


광주의 '오가헌'은 전통 한옥이라는 공간적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사례다. 근대에 지어진 한옥을 복원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시, 음악회, 포럼, 북토크 등 다양한 행사들이 열린다. 골목 안에 위치해 찾기에 쉽지 않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뚜렷한 분위기와 이야기를 가진 이 공간은 대규모 시설이 주지 못하는 몰입감을 제공한다.

광주 오가헌 (출처: lovic.co.kr)
광주 오가헌 (출처: lovic.co.kr)

3. 유휴 공간은 다시 채워질 수 있다, 콘텐츠가 있다면


도시의 공실이 무조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중요한 건 그 공간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폐가처럼 보이던 장소도 콘텐츠와 운영 전략이 더해지면 지역의 문화 베이스캠프로 바뀔 수 있다.


부산의 ‘F1963’은 산업 유휴공간을 문화와 콘텐츠 중심의 복합공간으로 재해석한 대표 사례다. 1963년에 지어진 고려제강의 옛 와이어 공장을 리모델링해 지금은 북살롱, 디자인숍, 전시장, 공연장, 카페, 식물원 등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공장 구조의 스케일감은 그대로 살리되, 각기 다른 성격의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F1963은 단순한 공간 활용을 넘어, 도시 재생과 문화 산업이 만나는 접점을 보여준다. 이것은 공간이 남았다는 것은 리스크가 아니라,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새롭게 살아날 수 있는 잠재력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사례다.

부산 F1963 (출처: Visit Busan)
부산 F1963 (출처: Visit Busan)

4. 브랜드가 머무를 공간은 더 작고 선명해졌다


요즘 브랜드는 큰 매장보다 메시지가 분명한 공간을 찾는다. 플래그십 스토어 대신 정제된 감성 공간을 선호한다. 공간 자체가 브랜드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브랜드와 고객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장소, 그것이 바로 작고 감도 높은 공간이다.


포천의 '허브아일랜드'는 허브라는 단일 테마를 다양한 감각 경험으로 풀어낸 공간이다. 식물, 향기, 조명, 동선, 프로그램이 하나의 콘셉트로 연결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런 공간이야말로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는 무대다. 사람들은 단순한 방문을 넘어서 '브랜드 안에 머물렀다'는 경험을 기억하게 된다.

포천 허브 아일랜드 (출처: 허브아일랜드 홈페이지)
포천 허브 아일랜드 (출처: 허브아일랜드 홈페이지)

도시의 다음 장면은 작고 느린 공간에서 시작된다


도시는 지금 전환기에 있다. 건물을 많이 짓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남는 공간은 늘고, 줄어든 건 사람들의 몰입력이다. 이런 시대에 살아남는 건, 물리적 크기가 아니라 정서적 밀도를 가진 공간이다.


작고 유연한 공간들은 빠르게 전환할 수 있고, 감정을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하며, 지역성과 브랜드 메시지를 함께 담아낸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지금 도시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기준이다. 도시의 다음 장면은 대형 프로젝트가 아니라, 작고 진심 있는 공간들에서 시작될 것이다.


(C)VM Consul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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