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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덕수궁 석조전 음악회: 과거를 경험하고 현재를 치유하다.

문화유산은 어떻게 보존되어야 하는가 I


지난 11월 29일, 덕수궁 석조전에서는 작은 실내악 연주회가 열렸다. 종천지모(終天之募), ‘이 세상 끝날 때까지 계속되는 사모의 정’이라는 제목하에 브람스의 곡으로 구성된 실내악 4중주 콰르텟 공연은 실로 차가운 겨울밤의 공기를 연주자들의 뜨거운 호흡으로 녹이기에 충분하였다.

     

코로나로 2019년 11월을 끝으로 중단된 이 연주회는 4년 만에 다시 그 공간에서 재개되었다. 국내 최정상급의 연주자들을 초청하여 실내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 공연은 문화재청이 덕수궁 석조전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금호문화재단의 협력으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무료 공연이다.

     

무료 공연이라고는 하지만 좌석이 50여 석밖에 안되고, 바로 코앞에서 최고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예매창이 열리고 1분이면 바로 매진되기 일쑤이다. 10분 전부터 모니터 앞에서 끊임없이 F5 버튼을 누른 결과 얻게 된 귀한 좌석이었다.

     

원래 실내악은 17세기 유럽에서 살롱음악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소규모 연주회이다. 대게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구성되거나 또는 바이올린 1, 바이올린 2, 비올라, 첼로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살롱이란 말 자체가 사교가 이루어지는 거실을 의미했기 때문에 실내악은 모름지기 하우스 음악회의 성격을 띠고 있다.  

     

실내악의 매력은 일반 대극장에서 열리는 클래식 공연과는 완전히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실내악은 보통 연주자와 객석 간의 거리가 4-5미터에 불과하기 때문에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더욱 매력적인 것은 현악기 자체의 진동이 듣는 이의 가슴을 때린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 작은 실내 공간이 국격을 상징하는 국가의 공관이나 종교적 장소라면 그 의미는 더욱 남다를 것이다.

     

덕수궁 석조전이 바로 그러하다. 석조전은 어떤 곳인가, 이곳은 조선 말기에 지어진 한국 근대 건축의 대표적 장소이자, 서양식과 한국 전통 양식의 독특한 조화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원래는 조선의 마지막 황제인 고종이 외국 사절을 접견하거나 공식 행사를 치르는 곳으로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어 역사적, 문화적 중요성을 가진 공간으로 방문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역사적 공간을 현대에 와서 문화 행사의 장소로 사용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것은 단순히 역사적 유산을 보존한다는 차원을 넘어 적극적으로 현대 문화와 연결 지어 그 가치를 재해석하고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

     

따라서 덕수궁 석조전은 고종이 외국 사절을 접견하고 교류하던 공간으로서, 실내악 콘텐츠가 지적 교류의 매개체 역할을 했던 유럽의 살롱 문화와 어울려 석조전은 지금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동양과 서양이 넘나드는 소통과 교류의 장소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날 밤 사람들은 음악회가 끝나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석조전의 안과 밖을 오래도록 거닐며 겨울밤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었다.

     

덕수궁 석조전 음악회는 비단 음악회라는 행사 자체로서가 아니라 역사적 공간을 ‘보존’한다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소중한 기회이다. 단순히 문화유산을 못 만지게 하고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보존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로 지금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체험케 하는 것은 실로 과거를 경험하고 현재를 치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보존이란 것을 말이다.

     

물론 이것은 단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통된 문화유산의 보존 방식이다. 로마의 콜로세움이 오페라 공연장으로 사용되고,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 비욘세의 뮤직 비디오 촬영 장소로 사용되는 것은 모두 ‘보존’이란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이 시대와 소통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4년 만에 돌아온 석조전 음악회는, 이렇게 감동과 의미를 함께 전달하며 다시 내년을 기약하였다. 과거의 역사가 어떻게 현대와 만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주저 없이 이 음악회를 추천한다. 단, 치열한 50대 1의 경쟁률을 뚫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c) VM Consul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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