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관세 전쟁의 시대, 전시회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 형주 이
- 6월 21일
- 3분 분량
보호무역 시대의 해외 전시회 활용 전략 I

요즘 기업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예전처럼 수출이 쉽지 않다”입니다. 특히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고 있는 기업 담당자분들을 만나보면, “전시회엔 나갔는데 결과가 예전 같지 않다”, “관심은 받았지만 실질적인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자주 합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글로벌 시장의 게임의 룰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지금과 같이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고 국가 간 무역과 안보가 긴밀히 연결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저는 그 해답의 출발점 중 하나가 여전히 전시회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과거처럼 ‘전시회에 나가면 무언가 된다’는 막연한 기대는 통하지 않습니다. 이제 전시회는 '국제 무역 전략을 실험하고, 증명하고, 협상하는 무대'로 재정의되어야 합니다.
오늘은 제가 실무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으며 정리해 온 관세 전쟁 시대, 전시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3가지 방법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 General 전시회와 Special 전시회의 이중 트랙 전략을 설계하십시오
CES, MWC, IFA와 같은 글로벌 종합 전시회는 브랜드 인지도, 미디어 노출, 업계 상징성 확보에 매우 효과적인 무대입니다. 특히 CES의 경우, 어워드 수상만으로도 글로벌 바이어와 투자자의 주목을 받을 수 있죠. 그러나 이러한 General 전시회는 산업별 바이어와의 심층 상담이나 계약 체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Special 전시회입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 기업이라면 ADIPEC, 의료기기라면 MEDICA, 식품 기업이라면 ANUGA, 화장품 브랜드라면 Cosmoprof와 같은 산업 특화 전시회에 참가하여 실질적인 비즈니스로 연결해야 합니다. 즉 General 전시회에서 '보여주기'에 성공했다면, Special 전시회에서는 '협상과 계약'이라는 목적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전시회 간 연결 흐름, 다시 말해 General → Special 전환 전략이 핵심입니다.

두 번째, 단체관은 ‘기업 나열’이 아닌 ‘국가 스토리텔링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공공기관이나 진흥원, 지자체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국관은 여전히 '기업 배치 중심'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처럼 “한국이 미국에 얼마나 투자했는가”보다 “미국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주었는가”를 따지는 시대엔 그 방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제 한국관은 하나의 국가 브랜드 콘텐츠가 되어야 합니다. K-푸드관이라면 “K-Fermentation Story – 발효가 만든 건강한 미식 국가”, K-조선관이라면 “친환경 해운의 미래를 여는 조선 강국, Korea”, K-디바이스관이라면 “미래형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하는 K-Tech”처럼 단체관 전체가 하나의 내러티브를 갖고 설계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의 제임스 김 회장은 “한국은 미국에 140조 원을 투자했지만, 미국 소비자는 한국 기업이 뭘 하는지 모릅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아니라, 한꺼번에 보여주는 스토리 전략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지금 한국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운영기관은 이제 부스를 나눠주는 주체가 아니라, ‘국가 산업 브랜딩의 설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세 번째, 시장 고도화와 시장 다변화를 전시회로 동시에 실현하십시오
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는 단순히 중국만을 겨냥한 것이 아닙니다.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철강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산업군 역시 잠재적 타깃입니다. 이럴 때 일부 기업은 “중국이나 미국 시장을 포기하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옮겨야 한다”라고 주장하지만 그 전략에는 중요한 함정이 있습니다. 다음의 실제 데이터를 보겠습니다.

위 차트는 중국과 베트남의 내수 소비 규모를 비교한 것입니다. 보는 것처럼 중국은 베트남보다 약 26배 큰 내수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베트남은 분명히 매력적인 신흥시장이지만, 중국이나 미국의 ‘대체시장’으로 삼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명확합니다.
따라서 전략은 명확합니다. 미국·중국 시장에는 전시 참가시 현지화, 로컬 파트너십, 벤더 등록, MOU 통한 신뢰 확보 등 시장 고도화 전략을, 베트남·인도네시아·GCC 국가 등에는 정부 지원 사업을 연계해 시장 탐색형 전시회 참가 → 바이어 반응 확인 → 채널 파트너 발굴 → 점진적 진출이라는 시장 다변화 전략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전시회를 통해 시장 고도화와 다변화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는 방법입니다.

전시회는 전략 실행의 무대입니다
전시회는 더 이상 ‘제품을 진열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이제는 브랜드 인지도 확보, 산업 신뢰도 구축, 국가 이미지 설계, 시장 테스트와 확장 전략까지 포함된 종합 전략의 실험실이자 실행의 무대입니다.
General 전시회에서 ‘브랜드’를 드러내고, Special 전시회에서 ‘전문성’을 증명하고, 국가관에서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집단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며 다양한 전시회를 통해 시장 고도화와 다변화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 바로 이것이 관세 전쟁 시대, 전시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되어야 합니다.
(C)VM Consulting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