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서울이 코엑스를 선택한 까닭은
아트페어는 무역 전시회이다. I
얼마 전 성황리에 끝난 프리즈 서울이 내년부터는 코엑스에서 자리를 옮겨 미술관들이 밀집한 종로구 송현동 일대에서 열릴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프리즈는 왜 처음부터 송현동으로 가지 않고 코엑스를 선택했을까?
송현동을 내년 프리즈 서울의 개최지로 선택한 것은 프리즈의 시작인 천막 아트페어 취지를 되살리겠다는 의도인데, 아트페어가 무역 전시회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당장 그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프리즈는 아트바젤과 더불어 세계 최대의 아트페어이고, 아트페어는 예술품을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파는 거래를 위한 무역 전시회이기 때문이다.
무역 전시회는 전시 뿐 아니라 다양한 포럼과 바이어 상담회, 미디어 이벤트 등 수많은 비즈니스 행사가 열리는 종합 마케팅의 장이다. 따라서 수많은 갤러리와 바이어, 미디어 관계자들이 약 일주일간 머물며 비즈니스를 하려면 제대로 된 공간이 필요하다. 프리즈 서울 역시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 아트페어인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조건들을 만족할 만한 공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프리즈가 코엑스를 낙점한 이유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
프리즈 서울이 코엑스를 선택한 이유
① KIAF 동시 개최로 시너지 효과 상승
한국보다 먼저 아시아에서 국제 아트페어를 개최한 곳이 홍콩이다. 아트바젤은 2013년에 처음으로 홍콩컨벤션센터(HKCEC)에서 아트바젤 홍콩을 개최했는데, 홍콩이 아트바젤의 개최지로 선택된 것은 무엇보다 이미 ‘홍콩 아트페어(Art HK)’란 자체적인 아트페어가 성공적으로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로컬 행사의 기반위에서 아트바젤은 국제적인 갤러리와 작품들을 이끌고 홍콩으로 올 수 있었다.
프리즈 역시 코엑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KIAF라는 한국국제아트페어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KIAF가 프리즈를 경쟁상대가 아니라 협력자로 보고 동시개최를 결정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주제가 비슷한 전시회를 공동 개최 하는 것은 참가 기업 규모를 확대해 더 많은 바이어를 불러들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KIAF와 프리즈 서울은 코엑스 A,B,C,D홀을 모두 사용하여 개최 면적만 약 36,000m2 규모로 치러졌다. 이러한 통합과 대형화 전략이 아시아의 미술 산업을 한곳에서 볼 수 있게 하고 국내 미술 시장의 파이를 키워 전 세계의 갤러리와 미술 애호가들을 코엑스로 불러올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② 예술 비즈니스 관련 토크 프로그램 개최
프리즈는 원래 미술 관련 잡지를 발행하는 미디어 그룹이다. 전 세계 미술 및 예술 시장에 관한 기사를 생산하다보니 자연스레 관련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어쩌면 이것이 프리즈라는 국제 행사를 기획할 수 있는 바탕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프리즈에는 항상 시대를 조망하는 시의성 있는 포럼이나 세미나가 동시에 열린다.
이번 프리즈 서울도 KIAF와 공동으로 다양한 토크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포스트 팬데믹 시기의 아트마켓 트렌드’, ‘AI와 예술’, ‘예술에서의 NFT의 역할’ 등 다양한 주제의 행사들이 열렸는데 이것은 전시회와 연계하여 지식 습득과 실제 전시 체험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시너지 효과를 이루어 낼 수 있었다.
③ 컨벤션센터와 도시의 융합
또한 코엑스에서의 프로그램과는 별개로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프리즈 위크(FRIEZE WEEK)를 통해 서울의 갤러리와 미술관 등에서 다양한 아트 행사 및 전시회가 열렸다. 이는 관람객들이 아트페어를 통해 서울 도시의 흥미로운 곳들을 탐험하게 만들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즉 코엑스는 무역 플랫폼으로서 예술 작품의 유통을 맡고, 도시 곳곳의 미술관과 갤러리들은 고객 접점으로서 위성 행사들을 통해 아트페어를 경험하는 장이 되어 비단 코엑스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예술의 도시로 거듭나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행사가 열리는 공간은 단순히 개최 장소가 아니라 행사의 콘셉트를 극대화할 수 있는 브랜드 경험의 장으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다가오는 미래가 브랜드의 경험을 중요시하는 경험 마케팅의 시대라고 한다면, 전시 공간은 콘텐츠를 담는 그릇으로서 브랜드의 경험을 오롯이 표현해낸다고 할 수 있다.
아트페어는 무역 전시회이다.
종종 세계 아트페어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아트바젤과 프리즈를 비교할 때, 아트바젤이 컨벤션센터에서 화려한 부스를 뽐내는 갤러리 위주의 부자들을 위한 행사이고 프리즈가 공원에서 천막으로 시작된 것을 이유로 평범한 시민들도 즐길 수 있는 대중적 행사라고 한다. 하지만 시작이 어떻건 간에 거래가 일어나는 비즈니스 행사는 행사가 확대될수록 보다 전문적인 공간을 필요로 한다.
프리즈 뉴욕도 뉴욕 시티와 퀸즈 사이에 있는 작은 섬에서 텐트를 치고 운영했지만 행사장이 협소하고 개최장소간 이동이 불편해 결국 뉴욕의 복합문화공간인 더 셰드(The Shed)로 장소를 옮겨 개최했다. 국내에서도 2008년 처음으로 경기도 화성 전곡항에서 시작한 경기국제보트쇼가 개최 5년만인 지난 2013년부터 킨텍스로 장소를 옮겨 개최되며 전문 비즈니스 전시회로 발전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이제 행사가 열리는 공간은 단순히 개최 장소가 아니라 행사의 콘셉트를 극대화할 수 있는 브랜드 경험의 장으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다가오는 미래가 브랜드의 경험을 중요시하는 경험 마케팅의 시대라고 한다면, 전시 공간은 콘텐츠를 담는 그릇으로서 브랜드의 경험을 오롯이 표현해낸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프리즈 서울이나 KIAF가 거물급 갤러리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국내 유망한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활발한 거래를 일으키기 위해서라도 전시장은 거래의 플랫폼으로서 그 역할을 해내야 하고, 또 그 역할을 할 수 있을만한 전문 공간에서 전시회가 개최되어야 한다. 아트페어는 결국 무역 전시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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