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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로컬 베뉴의 3가지 역할

최종 수정일: 2023년 3월 4일

베뉴가 지역을 살린다 I

전국 인구감소 현황 (출처: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 2021년 기준)

위의 그림은 한국관광공사의 데이터랩을 통해 분석한 전국의 인구감소 현황이다. 붉은색이 인구 감소지역을, 주황색이 인구감소 관심 지역을, 그리고 녹색은 일반 지역을 나타낸다. 인구감소지역과 관심 지역을 합했을 때 모두 107곳이 인구감소 지역이다. 전체의 약 43%이다. 2021년을 기준으로 분석한 자료이니 2023년 현재는 붉은 곳이 더 많아졌을 것이다.


인구감소는 곧 지방 소멸로 이어진다. 계속되는 출산율 하락과 그에 따른 인구 고령화는 젊은 세대들을 수도권과 지역 대도시 위주로 몰려들게 하고 있다. 일자리와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소수의 극점과 같은 도시를 제외하곤 지방 중소 도시들이 점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 현상은 이미 진행되었고, 당장 몇 년짜리 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닌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일본에서 시작된 지방 소멸은 이제 한국이 일본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베뉴가 지역을 살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런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을까. 당장의 인구를 늘릴 수도, 또 서울에 사는 사람들을 지방으로 가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베뉴가 최소한의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수는 없을까. 베뉴란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공간이다. 컨벤션센터나 호텔을 비롯하여 전국 지자체에서 지정하고 있는 유니크 베뉴_박물관, 미술관, 고궁 등_는 모두 사람들을 모으는 장소이다.

따라서 단순히 마이스 행사 유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을 살리기 위해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면 베뉴는 분명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베뉴가 지역을 살리려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로컬 베뉴의 3가지 역할

1. 지역 정체성을 활용하라 _ 션샤인랜드와 스타벅스 경동1960

최근 상업시설이나 건축물을 보면 지역의 특색을 강화하고 지역만의 콘텐츠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이 판매의 기능을 대부분 가져갔기 때문에 오프라인의 공간이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면 굳이 갈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베뉴에서도 나타난다. 비단 지역의 박물관이나 미술관, 공연장뿐 아니라 호텔이나 컨벤션 센터 역시도 지역만의 문화를 드러낼 수 있는 건축 자재나 디자인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는 외부에 천마도 상이 들어가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또 강화도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면 고인돌 모양의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경향은 결국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이 지역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중요한 방법임을 암시한다. 그곳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 사람들을 지역으로 불러들인다. 충남 논산의 션샤인랜드는 SBS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 무대가 되었던 세트인데, 현재는 이곳을 논산시가 거대한 체험 관광지로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드라마 영화 촬영지를 지자체 예산으로 관광지로 바꿔놓지만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폐가처럼 변해가는 경우가 많은데, 션샤인랜드는 1920-30년대 근대역사문화를 배경으로 한 일련의 드라마, 영화 촬영의 메카가 되어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또한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코리아유니크베뉴에도 선정되어 소규모 기업회의나 지역 행사들이 1920년대 근대 건축 공간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 논산의 중심 관광지로 탑정호에 이어 션샤인랜드가 2위로 부상하였고 10대 방문자가 20% 이상 늘어나는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션샤인랜드 내부 컨벤션 공간

서울 경동시장에 얼마 전 오픈한 스타벅스 경동1960점도 마찬가지다. 경동시장이 중장년층만 찾던 전통 한약재 시장에서 최근 MZ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 스타벅스 경동 1960이 있다. 스타벅스는 옛 경동극장 자리인 경동시장 건물 3~4층을 개조하여 매장으로 탈바꿈했다. 기존의 스타벅스와는 달리 극장 구조를 그대로 살려 세련된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는데 극장 스크린이 있는 곳엔 주문 및 제조대가, 객석이 있는 계단 공간은 테이블과 좌석이 깔려 있다. 1960년 느낌 그대로 천장과 목조 구조를 살려 놓았고 LG전자와 협업하여 금성전파사란 컨셉으로 예전 흑백 브라운관 TV나 라디오 등을 체험할 수 있게 공간을 마련했다.

이뿐 아니라 지역 상인들과 협업하여 함께 지역을 살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스타벅스 경동 1960을 찾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경동시장 일대를 방문하며 인스타그램 등 SNS에 공간을 홍보한다. 이것이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경동시장 일대는 지금 예전의 활기찬 모습으로 움직이고 있다. 베뉴가 지역 정체성을 살리고 체험할 수 있게 한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그 지역으로 방문자가 확산되어 소비 지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온다. 지역 정체성을 살리는 베뉴가 지역을 살리는 것이다.

스타벅스 경동1960 모습

2. 미래 세대를 포용하라 _ 도이치 메세와 디트로이트 모빌리티랩

지방 소멸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핵심적 원인은 결국 미래 세대가 지방을 떠나기 때문이다.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하는 일자리가 없고 미래를 지역에서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베뉴가 미래 세대를 포용할 수 있다면 최소한 지역에서 미래 일자리 창출이나 창업을 위한 인큐베이터의 역할이 가능하다.


독일 도이치 메세 전시장은 하노버 메세 전시회로도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이란 말을 최초로 사용한 국가이기도 하고 지멘스나 아디다스 등 스마트 팩토리나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국가이다. 도이치 메세는 전시회가 열리지 않는 비수기 기간을 활용하여 AI, 스마트팩토리, 디지털 트윈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인재를 양성하는 Deutsche Messe Technology Academy를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관련 기술에 대한 교육뿐 아니라 실제 로봇이나 3D 프린팅 장비 등을 활용하여 실습하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하노버 메세 등 산업 전시회와 연계하여 실제 기업 미팅 및 공장 방문 등의 산학 협동 비즈니스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제 하노버는 더 이상 전시회 때문에만 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 신기술을 먼저 체험하고 교육받기 위한 도시로서 가야만 하는 곳이 되었다. 이렇게 베뉴가 미래 세대의 기술 교육과 체험의 장이 되면 얼마든지 멀리 있어도 반드시 가야만 하는 곳이 될 수 있다.

도이치메세 테크놀로지 아카데미 (출처:도이치메세 홈페이지)

디트로이트 역시 내연기관의 쇠퇴로 몰락의 길을 걷다가 최근 미래차 교육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디트로이트시는 내연기관 일자리 감소 등 지역 비즈니스가 쇠퇴하여 미국내 최대 실업률을 기록하고 인구의 절반 이상이 감소한 도시였다.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 자동차 산업의 변화로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던 디트로이트는 미래 자동차 산업 도시로 부활을 위해 모빌리티 관련 교육기관을 설립하였는데 이를 ‘디트로이트 모빌리티랩’ 이란 베뉴를 통해 교육과 체험, 네트워크 이벤트가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전기차, AI, 로봇 등 모빌리티 산업 관련된 행사와 교육 등이 모두 한곳에서 이루어지도록 하여 모빌리티 도시로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디트로이트 모빌리티랩 (출처: 디트로이트모빌리티랩 홈페이지)

3. 지역의 인프라가 돼라 _ 포천 허브아일랜드와 에베츠 츠타야 서점

베뉴는 사람이 모여야만 운영할 수 있다. 사람이 오지 않는다면 오프라인 공간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없을 것이다. 결국 베뉴의 기획력이 중요한데, 베뉴가 단순히 외부 행사를 유치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서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포천 허브아일랜드는 국내외 여행자가 사랑하는 경기도 관광지이자 경기관광공사가 선정한 경기 유니크 베뉴이기도 하다. 이곳이 사랑받는 이유는 사계절 자연경관과 향기로운 허브 향 때문만이 아니다. 바로 건강진단과 명상 등 치유 프로그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천 허브아일랜드의 ‘허브 웰니스 건강면역치유 프로그램’은 힐링을 테마로 포천지역 농가들의 허브 수확물을 활용해 입욕 체험, 차 시음 등 일대일 맞춤식 건강 프로그램이다. 또한 자체 힐링센터에서 건강진단을 통해 각 개인에게 맞는 특화된 힐링 프로그램을 큐레이션 한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마이스 참가자를 위한 마이스 체험 프로그램으로 운영하여 경기관광공사에서 최우수 마이스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건강 프로그램은 지역 농가의 수익 창출원이 될 뿐 아니라 지역민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관리 프로그램으로서도 매우 중요하다. 고령화되어 가는 지역 주민들의 지속적 치유 프로그램은 무엇보다 지역을 활기차게 만드는데 가치 있기 때문이다.

포천 허브아일랜드 웰니스 프로그램 (출처: 경기관광공사)

일본의 츠타야 서점은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의 벤치마킹 대상으로도 유명한 곳인데, 츠타야 서점이 들어선 지역은 모두 지역 활성화가 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츠타야 특유의 기획력에서 나오는데, 츠타야 서점은 단순히 책을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책과 관련 제품 및 서비스를 함께 전시, 판매한다. 이에 더해 그 지역에서만 나오는 농산품이나 제조품을 가공 판매하며 지역 사업자들을 초대하여 지역 행사 공간과 창업 지원, 교육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특히 홋카이도 에베츠란 작은 도시의 츠타야 서점은 음식을 주제로 다양한 기획을 하고 있다. 홋카이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식품과 음식을 입점시켜 에베츠 매장을 다른 지역 매장과 차별화한다. 또 고객들이 식사하는 장소를 넓게 만들어 더 오랜 시간을 서점에서 머물게 한다. 현지 주민이 직접 요리나 수공예 등의 이벤트를 개최해 지역 주민과 유대도 강화되도록 지원한다. 지역주민이 모이고, 책뿐만 아니라 지역의 특산물과 에베츠에서만 맛볼 수 있는 푸드 코트를 통해 그 지역에 방문할 이유를 제시하는 것, 그것이 에베츠 츠타야가 지역을 살리는 방법이다.

에베츠 츠타야 서점 (출처: 패션 포스트)
비중과 순서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라.

지역 정체성을 살리고, 미래 세대를 포용하며 지역 인프라가 되는 것은 모두 베뉴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물론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실행할 수는 없다. 각각의 중요도와 순서에 따라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하나씩 실행하면 된다. 만약 지역이 당장 미래 일자리가 줄어들고 젊은 세대들이 빠져나간다면 두 번째의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과 네트워크 공간의 역할이 우선이다. 그러나 지방 도시가 외부 압력이나 기업에 의해 지역 전통문화와 정체성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면 첫 번째 지역 정체성을 확보하고 이를 도시에 전파하는 역할이 먼저일 것이다. 또한 지역주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고 지역 간 유대가 우선이라면 무엇보다 베뉴가 지역 인프라의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이렇듯 이 세 가지는 각 도시의 상황과 현실에 맞게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실행하여야 한다. 지금 당장의 효과가 일어나지는 않더라도 베뉴가 지방의 소멸을 최소한 늦출 수는 있을 것이다. 베뉴가 지역을 살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 브이엠 컨설팅 VM Consulting

 

* 이 글은 Venue+Asia에서 영어로 번역하여 아시아 지역 베뉴 전문가들에게 공유되었습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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