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교실과 폐교를 모의 국제회의장으로 만들자
도심의 빈 학교가 마이스 공간이 되면 생길 일들 I
전세계 국제회의중에 World MUN이란 행사가 있다. 이 행사는 하버드 대학교 학생들이 만든 모의 UN 총회이다. 전 세계를 순회하며 글로벌 대학생들이 모여 세계의 주요 이슈들을 토론하고 주요 안건에 대하여 의결하는 실제 UN 총회와 똑같은 방식으로 구성된다. 특이한 것은 어른들의 UN 총회가 다소 엄숙한 반면, World MUN 행사는 대학생들답게 각 도시의 특색을 살린 다양한 파티와 이벤트 등이 어우러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5년 킨텍스와 한국외대가 공동으로 World MUN 행사를 유치하여 개최한 바 있다.
World MUN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자연스레 세계 각국의 학생들과 교류하며 국경을 넘어 서로간의 문화를 이해하게 된다. 굳이 글로벌 마인드를 따로 교육받지 않아도 이런 행사를 통해 3-4일간 서로 얼굴을 맞대며 교류하면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국제적 감각을 익힐 수밖에 없다.
이렇게 국제회의나 전시회 같은 마이스 행사는 청소년과 대학생들에게 살아있는 글로벌 문화 체험의 장이 될 수 있다. 늘 상자 같은 교실에서 아무리 외국어를 배운다 한들 실제 세계인들과 지식을 나누고, 생각을 발표하며 문화를 체험하는 마이스 행사에 한번 참가해보면 마치 외국 여행을 갔다 온 듯 자연스레 글로벌 감각을 익히게 된다. 청소년들에게도 마이스 교육은 그래서 매우 필요한 것이다.
물론 청소년들도 컨벤션센터나 호텔 같은 곳에서 마이스 행사를 기획해보고 체험해보면 좋겠지만, 비싼 임대료와 엄숙한 국제회의장은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국제회의를 기획해보고 전시회를 만들어보기엔 아직 부담스러운 공간이다. 그렇다면 도심에 늘어나는 빈 교실이나 폐교를 모의 국제회의장으로 만들면 어떨까?
1980년대에는 초등학교 한반의 학생수가 5-60명이고 한 학년에 15반까지 있는 곳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출산율 저하로 한 학급의 정원이 30명을 넘는 곳이 없다. 이러다보니 전국에 빈 교실과 폐교가 매우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3,855개의 초중고가 폐교되었고 이중 393개는 아직 활용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남 89개, 경북 63개, 강원 45개, 충북 33개, 충남 27개 등이다.
이렇게 늘어나는 폐교를 모의 국제회의장으로 만들면 학생들이 각 교실을 분과회의장으로 활용하고, 강당은 메인 국제회의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운동장은 국제회의와 연계한 야외 만찬이나 공연,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하여 국제회의와 이벤트, 전시 같은 그야말로 제대로 된 마이스 행사를 기획,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폐교가 마이스 공간이 되면 서울뿐 아니라 지방 곳곳에서 자체적으로 마이스를 통해 글로벌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청소년 교육의 장이 형성되고, 이는 미래 세대가 어려서부터 한국과 세계 각 나라간의 문화를 교류하는 체험의 기회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지역별 문화 콘텐츠와 결합한 특색 있는 국제행사를 개발하고 이를 지자체와 국제회의 전문 회사들이 함께 육성하여 미래에 한국이 글로벌 마이스 행사 유치 위주의 국가가 아니라 직접 글로벌 행사를 생산하는 마이스 콘텐츠 국가로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학령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면서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이 연간 수조 원씩 남아돈다고 한다. 교육부와 당국은 이런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미래 한국을 책임질 학생들의 국제 감각을 키울 수 있는 마이스 공간과 프로그램 개발에 활용하자. 출산율이 계속 줄어드는 우리나라는 청소년 한명 한명을 국제 감각을 갖춘 S급 인재로 키우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마이스는 미래 세대에게 한발 앞서 글로벌 감각을 키워줄 수 있는 최고의 교육 수단이다. 교육 당국과 마이스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빈 학교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자.
© 브이엠 컨설팅 VM Consul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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