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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브랜딩을 위해 베뉴가 해야 할 일

베뉴 없는 도시는 영혼 없는 육체다 I

애플이 왜 좋아요?

얼마 전 대학생 50여 명을 대상으로 전시산업에 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브랜드 마케팅에 관해 얘기하던 중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 갤럭시인 사람 손들라고 하니 단 한 명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럼 아이폰을 쓰고 있는 사람 손들라고 하니 모두가 일제히 기다렸다는 듯 번쩍 손을 치켜올리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내가 아이폰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모두가 애플로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재미있던 것은 모두 같은 폰을 쓰고 있다는 사실보다는 그다음 질문 때문이었다. 애플이 왜 좋은지를 물어봤더니 같은 대답을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지 않은가. 누구는 사진을, 누구는 디자인을,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냥 다 좋다’라며 저마다의 생각으로 애플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도시 브랜드는 경험의 합(合)이다.

도시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에게 특정 도시가 왜 좋은지를 물어보면 아마도 좋아하는 이유가 물어본 숫자만큼 나올 것이다. 도시에 브랜드를 입히는 것, 즉 도시 브랜딩의 결과는 단 하나의 이유가 아니라 방문자가 총체적으로 느끼는 경험의 합이기 때문이다.

도시 브랜딩은 경험의 합이다 (Source: VM Consulting)

사람들이 생각하는 도시 브랜드는 다양한 도시 경험의 합을 통해 이루어진다. KTX 역 플랫폼에 내릴 때 처음 맡는 공기 냄새, 만나는 사람들의 인상과 스치는 거리의 풍경, 그리고 그 지역만의 독특한 음식, 자연, 문화 등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지며 그 도시만의 심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도시가 브랜딩을 한다는 것은 결코 몇몇 브랜드를 재설정한다고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도시를 방문할 때부터 떠날 때까지의 모든 경험이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 방문자에게 각인된 브랜드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경험의 합을 이루는 도시 브랜드 중 베뉴의 역할은 무엇인가? 베뉴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도시 브랜딩의 아이콘 같은 역할을 한다. 과거를 기억하고 싶을 때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현재 삶에서 무언가 새로운 자극을 얻고 싶을 때는 공연장이나 쇼핑몰을, 그리고 한발 앞서 미래를 경험하고 싶을 땐 컨벤션센터를 방문하여 마이스를 통해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체험한다. 결국 베뉴란 도시가 무엇이었고, 무엇이며, 무엇일지를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도시의 승리>의 저자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도시의 이러한 공간들이 도시인들이 공적 즐거움에 참여하는 경향이 강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소득, 교육, 혼인 여부, 나이 조건이 같다고 봤을 때 도시 거주민들이 그들의 시골 사촌들보다 록이나 팝 음악 콘서트에 갈 가능성은 19퍼센트, 박물관에 갈 가능성은 44퍼센트, 영화관에 갈 가능성은 98퍼센트라고 했다. 즉 수동적 TV 시청보다 생생한 교감이 이루어지는 이런 공간들이 부유하고 교육받은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끈다는 것이다.


결국 도시의 베뉴가 제공하는 가치가 그 도시의 수준을 끌어올린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베뉴들은 단순히 하나의 공간이 아니라 방문자에게 유기적 도시 경험을 제공하여 그 도시에 관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바젤이 예술의 상징이고 밀라노가 패션의 도시인 것은 도시의 과거, 현재, 미래가 박물관과 쇼핑몰, 컨벤션센터에서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통일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시스템적 사고로 연결하라

도시의 브랜드는 단편적 마케팅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모든 요소가 유기적 인과관계로 이어져 방문자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할 때 그 브랜드는 하나로 귀결된다. 이런 이유로 도시는 베뉴 하나하나의 공간을 채우는 것에 급급하지 말고 방문자의 관점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을 줄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한다. 이러한 연결형 사고는 오직 시스템적 사고로만 가능하다. 그리고 그 베뉴들이 서로 연결되면 그 도시가 제공하는 가치의 폭 역시 넓어질 수밖에 없다.


베뉴 간 연결이 도시 가치를 확장시킨다 (Source: VM Consulting)
베뉴 없는 도시는 영혼 없는 육체다.

도시가 보유한 아름다운 자연과 매력적인 베뉴, 또 그곳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는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도시에서의 좋았던 기억은 다시 그곳을 방문하게 만들고, 결국에 이것은 기업에는 투자를, 사람들에게는 머물러 살고 싶게 만드는 욕망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도시 브랜딩이란 이런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욕망을 가진 도시라면, 또 그곳의 베뉴 운영자들이라면 이제 도시 브랜딩을 위해 어떻게 서로 연결될 것인가를 고민하자. 각각의 베뉴가 시스템적으로 연결될 때 도시가 제공하는 가치는 확장된다.

베뉴 없는 도시는 한갓 콘크리트 더미에 불과하다. 삭막한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고 시대를 넘나드는 경험을 줄 수 없다면 그 도시는 영혼 없는 육체와 마찬가지다. 베뉴 없는 도시는 영혼 없는 육체이다.


© 브이엠 컨설팅 VM Consul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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